해운대elegy18, 빨리 달리는 도로에는 낭만이 없다
사진출처:해운대백년사 1960년대 우동~운촌~해운대역도로확장공사
내가 살던 어린시절에는 해운대에서 부산 본동으로 가는 직통 버스는 없었다.
부산으로 갈려면 비포장길로 달리는 동래가는 버스는 2~3시간마다 있었다.
그 때 버스라는게 창문위에 눈섭모양 조그마한 창이 하나 더 달린 너털너털하고 오리궁뎅이 같이 뻐스 뒤가 툭 네민 시외뻐스가 있었다.
내가 철이 들 무렵 부산진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개통됐다 하여
어머니께서 동래교당에 나가시다가 교통이 편한 부산진교당으로 다녀셨다.
그 당시 특정종교에 다니는 높은 분이 미신타파와 길을 넓힌다고 당상나무를 베고 당집을 허물다가
마을사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주춤하다가 다시 신작로라는 명분으로 당집을 허물었다.
내가사는 운촌이라는 동네도 해변 끝자락에도 당집이 있었고
마을 동산아래에도 당집이 있어 우리집에서 버스를 타러 갈 때면 그 당집옆으로 가는 길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 길 건너에도 당집이 있었다. 바다와 가깝기에 용왕님께 무사귀환을 비는 당집이 많았었다.
우리는 쉬는 날이면 그 당집옆으로 해서 30여분 걸어 앞산으로 올라가면
운촌의 동산은 노루머리같게 생겼고 당집이 있는 곳에서 운촌버스정류소는 노루 모가지라 해서 노루목(獐項)이라 했으며,
우리는 산 주변의 바위틈세에서 새알과 어린새를 잡아 집에서 기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때는 산개라 해서 늑대모양 시커먼 산개가 산속에 많아 바위틈에 산개 강아지를 낳으면 강아지 눈을 감기고 집에 가져다 기르기도 했다.
끝까지 크는 개도 있지만 대부분 산으로 도망을 갔다.
그 뒤 비록 비포장 길이지만 운촌에는 신작로라고 제법 직선도로가 생겼다.
" 너 신작로 버스 기차게 달리는 차 타 보았냐?"
"아니 너는 타보았냐?"
"그래 타 보았는데 앞에타면 잘 모르겠는데 뒤에타고 보면 버스 달리는 것이 보이질안을 정로로 빠르더라고 운전수 아저씨가 그러던데 60마일이나 뺀다더라"
하기사 버스 뒤에서 보면 먼지속으로 더 세게 달리는 것과 같이 보였으니까!.
우리는 가끔 언덕길을 힘겨워 오르는 트럭뒤에 메달려 가다가 다시 고개넘어 또 오르막길을 오를 때
차량의 속도가 늦어지는 기회를 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아니면 운전수가 보이게 트럭위에 올라가 있으면 차량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먼저 뛰어내려 도망가면 되었다.
가끔 도망가다 잡혀 맞기라도 하는 날이면 다음날 우리는 미리 준비한 물총으로
운전석에서 졸고 있는 트럭운전수의 얼굴에 물을 쏘고 내빼기도 했다.
그러다가 더 심하게 맞기라도 하면 우리도 보복으로 차량의 기름통에다 흑설탕 한봉지를 넣어면
그 차는 얼마못가 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아에 엔진속에 끈끈한 설탕물이 엉켜붙어 못쓰게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