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elegy20 변소앉아 담배빨다 누나한테 들켜
1969년도 졸업앨범에서
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맨 날 공부는 안하고 학교가면 장난치고
봄이면 동백섬 따따한 곳에서 조개잡고 멍개따고 군소잡아 구워먹고
미역귀 끊어다 구워먹다가 혼줄나고(그러면 흉작이 든다고?)
여름이면 해수욕장에 포장치고 장사하는 어무이한테 일 거드러 가서 맛 있는거 훔쳐먹고
안적사 골짜기 연못에 멱감고 높은 바위에서 다이빙시합하다 배치기로 떨어져 기절하고 못 나와 죽을뻔 했고
또랑에서 가제잡아 먹고,
칡캐먹고 입이 시커먹케 해 갔꼬 학교가서 챙피떨고
장산 산꼭대기 부근에 3가구가 살았는데 개간하는 아저씨 짐 날라주고 자면서 강냉이며 감자 얻어먹고
겨울이면 집뒤 연못으로 시장통앞 논으로 미나리깡으로 쓰케트 타러 다니고
스케트 타다기 강에 빠져 옷 말린다고 양말 태어먹고
가을에 달맞이 구경 온 여학생들 모자 많이 날치기해서 칭구들 나눠주고
맨날 맨날 자빠져 논다꼬 공부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6년 동안은 통신표 받으믄 "우 수수"받었습니다.
자빠져 노는데도 늘 1등 이었습니다.
여름은 집뒤 연못 울타리에 심어진 검으퇴퇴하게 잘익은 이찌지꾸 작살내고
따다가 들키는 날에는 칭구집에 숙제한다고 며칠 자고오고
강가에 심어논 옺나무를 가죽나물 해먹을라꼬 손으로 훌꼬 간지러워 냇가에 가서 목욕하고는
사타구니 겨드랑 무조건 연한곳은 다 옺이 올라 옺에는 추줍은 것이 약이라고
몽당 비자루 변소 똥무쳐 불에 그슬러 온몸에 쓸어대고 눈도 퉁퉁부어 밖에 못나가는 내 몸에
발가 벗기고는 이리저리 딩굴치며 챙피하다고 가리는 내 손을 뿌리치고 우리 어머니 쌀 씹어 내몸에 바르던 것이 생각나고
호기심으로 변소앉아 담배빨다 누나한테 들켜
"아부지는 나가셨는데 우째 변소에 담배연기가 날꼬"하며 기다리다가 내가 나오니
"명화 니 담배묵었째"하며 잡혀 맞기도 하고